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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예전에는 중동 뉴스를 봐도 제 투자와 직접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나 해협 봉쇄 이야기가 나와도 멀리 떨어진 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로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그 영향이 금리와 환율, 미국 기술주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기업 실적만 좋아도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과 유동성, 환율 같은 변수까지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봐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이유부터 다시 봤습니다
처음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단순히 중동의 좁은 해상 통로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살펴보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 요충지 가운데 하나로 분류됩니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곳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세계 원유의 약 20~25%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는 표현을 보게 되는데, 이 숫자는 어떤 기준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계 전체 석유 소비량 기준인지, 해상으로 거래되는 원유와 석유제품 기준인지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제 단순히 ‘세계 원유의 4분의 1’이라고 고정해서 표현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몇 퍼센트냐보다 이 통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운송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일부 산유국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지만 모든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 봉쇄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선박 공격 위험이나 보험료 상승, 운송 지연 가능성만 커져도 원유 가격에는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습니다.
2026년에는 이 문제가 단순한 가정으로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EIA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닫혀 있던 기간 동안 글로벌 원유 흐름이 크게 흔들렸고, 이것이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운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운항이 일부 회복되면서 유가가 다시 내려오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현재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완전히 개방하기 위해 미국이 충족해야 할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상금 지급, 제재 해제, 군사적 위협 중단, 해상 봉쇄 해제, 동결된 이란 자산 해제 등이 포함되어 있어 협상이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수송 요충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 정확한 통과 비중은 전체 소비량인지 해상 거래량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실제 봉쇄뿐 아니라 전쟁 위험, 보험료 상승, 운송 차질도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2026년 운송 차질은 실제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 흐름을 크게 흔든 사례가 됐습니다.
유가 상승이 왜 기술주까지 흔드는 걸까
제가 직접 시장을 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느낀 부분은 원유와 기술주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유가는 에너지 기업의 실적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결과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기대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유 가격이 크게 올라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거나 금리가 더 오래 높은 수준에 유지될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특히 먼 미래의 성장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기술주와 성장주가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좋은 실적을 발표한 기술주라면 중동 뉴스와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가 급등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아도 밸류에이션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다만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무조건 증시가 떨어진다’처럼 하나의 가격을 기준으로 단정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경기 상태와 공급 원인, 기업 이익, 중앙은행 정책에 따라 같은 유가에서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EIA의 2026년 7월 단기 전망을 보면 브렌트유는 중동 충돌의 영향으로 2026년 2분기 평균 약 103달러까지 높아졌지만, 운송 정상화와 공급 회복이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4분기에는 평균 약 70달러, 2027년에는 약 65달러로 내려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유가는 앞으로 무조건 오른다’라는 전망보다 실제 호르무즈 운항량과 원유 생산, 재고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카 공동방위협정,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중동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체결한 메카 공동방위협정입니다. 2026년 8월 7일 체결된 이 협정에는 세 국가 중 한 곳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세 나라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공동방위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내용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란을 겨냥한 군사 동맹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협정이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체결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협정이 이란이나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지역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이고 튀르키예가 NATO 회원국이라는 점 때문에 전략적 의미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이 협정만으로 사우디가 미국과의 안보 관계를 포기했다거나 중동의 권력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저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사건을 특정 전쟁의 시작 신호라기보다 중동 국가들이 미국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안보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는 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면 향후 원유 생산 정책이나 방위비, 원전과 에너지 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볼 때 제가 확인하는 세 가지
중동 충돌을 겪으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투자에서 무서운 것은 예상했던 악재보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오는 충격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주와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열심히 공부해도 유가와 금리가 동시에 움직이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특정 업종의 전망만큼 포트폴리오 전체가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기업의 현금흐름입니다.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먼 미래의 성장 기대만 높은 기업보다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금흐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반드시 오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높은 금리에서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에너지 관련 자산입니다. 저는 에너지주를 모든 중동 위기의 해답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유가가 상승해도 정유마진이나 생산비용, 기업별 헤지계약에 따라 실제 수익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가 기술주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면 에너지나 원자재처럼 다른 경제 변수에 영향을 받는 자산을 일정 부분 검토하는 것은 분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환율입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라면 달러-원 환율이 원화 기준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미국 주가가 10% 올라도 원화가 달러 대비 크게 강해지면 원화 기준 수익은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미국 주가가 움직이지 않아도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원화 기준 평가액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가가 오른다고 항상 원화가 약해진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한국의 무역수지와 글로벌 위험선호, 미국 금리,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율 역시 하나의 변수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유가는 무조건 급등하나요?
A. 실제 운송 차질이 크다면 상승 압력이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2026년에도 호르무즈 운송 차질은 국제 원유 공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다만 전략비축유 방출, 다른 산유국의 증산, 우회 운송, 수요 감소 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상승 폭과 기간을 정확하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고유가 시기에는 에너지주를 사는 게 정답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유 가격과 에너지 기업의 이익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정유마진, 생산비용, 부채, 헤지계약에 따라 기업별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미 주가에 고유가 기대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면 원유가 올라도 주가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한국 투자자는 유가가 오르면 미국 주식이 더 유리한가요?
A. 유가 상승이 원화 약세로 이어질 경우 미국 주식의 원화 환산 수익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은 유가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미국 금리와 한국 경제지표, 무역수지, 외국인 자금 흐름까지 함께 작용하므로 환차익을 확정적인 수익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Q.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방위협정은 이란을 겨냥한 건가요?
A. 협정이 중동 긴장이 높은 시기에 체결된 것은 맞지만 세 국가는 공식적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안보협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란을 직접 겨냥한 군사동맹으로 단정하기보다 중동 지역의 안보 네트워크가 다변화되는 흐름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결론
중동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지정학을 맞히는 것이 투자자의 역할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어떤 합의를 할지,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완전히 정상화될지,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갈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 포트폴리오가 어디에서 손실을 볼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입니다. 기술주가 금리에 얼마나 민감한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 비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달러-원 환율 변화가 실제 원화 수익률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특히 이번 호르무즈 사태처럼 하나의 지정학적 사건이 원유 공급을 흔들고, 원유 가격이 물가와 금리 기대를 바꾸고, 다시 주식과 환율까지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면 자산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이제는 중동 뉴스를 볼 때 ‘전쟁이 날까’라는 질문만 하지 않습니다. 실제 원유 수송량과 재고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중앙은행 정책 기대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현재 내 자산이 한 가지 시나리오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합니다.
결국 장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 뉴스를 가장 먼저 맞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 다른 뉴스가 나와도 시장을 떠나지 않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 글은 특정 주식·원자재·ETF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며 개인적인 투자 공부와 경험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