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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경제성장 (TFP, 아이디어, 수확체감)

horan9ee 2026. 8. 3. 10:27

목차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100% 자동화하면 미국 GDP는 얼마나 성장할까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경제학 석좌교수 채드 존스(Chad Jones)가 내놓은 답은 고작 0.5%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뭔가 잘못된 계산인 줄 알았습니다. AI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지금, 그 결과가 겨우 0.5%라는 게 납득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숫자 뒤에 숨겨진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오히려 이쪽이 훨씬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0년 연 2% 성장, 사실 이게 비정상이었다

    경제 성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연 2% 성장'을 기본값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채드 존스는 이 전제부터 뒤집습니다. 187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의 1인당 GDP는 연평균 약 2%씩 성장하며 150년간 17배 증가했지만, 이는 인류 역사 전체에서 보면 극히 최근에 시작된 예외적 사건이라는 겁니다.

    서기 1년부터 1820년까지 약 2,000년 동안 서구의 1인당 소득은 겨우 두 배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이후 200년 만에 20배 넘게 뛰었습니다. 로그 차트로 그리면 직선처럼 보이는 이 성장이 사실은 인류사에서 전례 없는 돌발 현상이었던 셈입니다.

    저는 이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AI 투자 열기를 바라볼 때, 우리가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성장은 원래 이렇게 계속되는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대치일 수 있으니까요. 대공황이라는 최악의 경제 재난조차 장기 성장 궤도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역으로 말하면 성장 궤도 자체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요약: 연 2% 경제 성장은 자연 법칙이 아니라 인류 역사 200년에만 나타난 예외적 현상이며, AI 기대치 역시 이 맥락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진짜 성장을 만드는 건 TFP, AI 투자비용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성장의 원천을 추적하는 작업을 성장 회계(Growth Accounting)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성장 회계란, 경제 성장률을 자본·노동·기술이라는 세 투입 요소로 분해해 각각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분석 방법입니다. 채드 존스의 분석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민간 부문의 시간당 산출 성장률 2.5% 중 자본 기여분은 0.1%, 노동은 0.3%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는 전부 TFP(총요소생산성, Total Factor Productivity)가 설명합니다. 65년간 미국 경제 성장의 80%가 TFP에서 나온 셈입니다.

    여기서 TFP란, 자본이나 노동의 투입량을 늘리지 않고도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재료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현재 AI 투자로 인한 GDP 성장은 이 TFP와는 별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미국 GDP 성장의 75%가 AI 관련 투자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는 비용 지출이 GDP에 즉시 반영된 것이지 효율성이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저도 실무에서 이 괴리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최신 협업 툴이나 자동화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처음엔 단순 반복 작업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툴 유지보수 비용, 학습 시간, 그리고 그 툴이 해결 못 하는 더 복잡한 문제들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투자 비용은 명확히 기록되는데 생산성 개선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는 그 답답함, 지금의 AI 케이펙스(CapEx, 자본적 지출) 논쟁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 자본(CapEx): GDP 성장에 즉시 반영되지만 수확체감 법칙의 지배를 받음
    • 노동(인적 자본): 교육·숙련도 향상으로 기여하나 마찬가지로 체감 한계 존재
    • TFP(기술·아이디어): 장기 성장률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 체감 제약을 직접 받지 않음
    요약: AI 투자 비용이 GDP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것과, 실제 경제 효율성(TFP)이 높아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자본·노동을 어떻게 잠식하는가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은 투입량이 늘어날수록 추가 산출의 효과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농업에서 토지에 비료를 아무리 많이 뿌려도 수확이 무한정 늘지 않는 것처럼, 기계(자본)에도 동일한 제약이 적용됩니다.

    1950년대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성장은 자본 축적'이라는 당시 상식을 수식으로 검증했고, 오히려 자본 축적만으로는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계가 낡아가는 감가상각률을 넘어서려면 투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추가 투자가 아무런 성장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정체 상태(steady state)에 도달한다는 겁니다. 출처: NBER, Solow Growth Model

    소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극단적인 투자율로 초기 고속 성장을 이끌었지만, 1970년대부터 수확체감의 법칙 앞에 성장이 완전히 정체됐습니다. 이는 AI 케이펙스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규모의 GPU를 쌓아도, 그 자본 투입 자체는 장기 성장률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예상 밖으로 충격받은 부분이었습니다. AI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 빅테크의 베팅이 결국 "자본 축적으로는 성장의 속도를 바꿀 수 없다"는 60년 전 경제학 결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요약: 수확체감의 법칙은 자본과 노동 모두에 적용되며, 솔로 모형은 자본 축적이 장기 성장률을 바꾸지 못함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성장의 엔진인데, 그 연료가 바닥나고 있다

    폴 로머(Paul Romer)는 자본도 노동도 아닌 아이디어(Idea)가 장기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주장했고,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ry)이라는 독특한 속성을 갖습니다. 여기서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사용해도 다른 사람이 동시에 같은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하나가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동시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아이디어는 쓸수록 닳거나 희석되지 않습니다.

    채드 존스는 로머의 이론을 물려받아 데이터로 검증하고 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은 아이디어 생산 과정에도 수확체감이 나타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출처: Chad Jones, The Facts of Economic Growth (Stanford) 반도체 무어의 법칙을 유지하는 데 50년 전보다 18배 많은 연구 인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 전체의 연구 생산성은 1930년대 이후 41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이디어를 하나 캐내는 비용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도 느껴집니다. 자동화 툴 덕분에 반복 작업은 확실히 줄었지만, 오히려 그 시간에 해야 하는 더 고차원적인 문제, 즉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 어떤 가설을 세울 것인지의 질이 병목이 되더라고요. 도구가 좋아질수록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희소성이 더 두드러지는 역설이 실무에서 분명히 존재합니다.

    결국 채드 존스의 논리는 이렇게 됩니다.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자동화해도, 그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생산하지 못한다면 수확체감에 묶인 자본 축적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AI가 진정한 성장 엔진이 되려면 인간처럼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아이디어 생산자'로 진화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그 시점이 시장 기대보다 훨씬 늦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요약: 아이디어는 수확체감을 피하는 유일한 성장 동력이지만, 아이디어 생산성 자체가 하락 중이며 AI가 이 역할을 대체하려면 단순 자동화 이상의 도약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가 소프트웨어를 100% 자동화하면 GDP가 0.5%밖에 안 오른다는 게 말이 되나요?

    A. 채드 존스의 계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미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 부분을 완전히 자동화하더라도, 이는 기존 자본 투입을 대체하는 효과에 가깝습니다. 장기 성장률을 바꾸려면 TFP, 즉 아이디어 생산성 자체가 높아져야 하는데 그 연결 고리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Q. TFP와 GDP 성장률은 어떻게 다른가요?

    A. GDP 성장률은 투자 지출 자체가 반영되므로 AI 데이터센터 건설비용도 성장으로 잡힙니다. 반면 TFP는 같은 투입으로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냈는지를 측정합니다. AI 투자가 당장 GDP를 높여도 실제 생산 효율성이 동반 상승하지 않으면 장기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그럼 AI는 경제 성장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건가요?

    A. 채드 존스는 AI가 성장을 폭발시킬 가능성 자체는 인정합니다. 다만 그 시점이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늦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AI가 단순 실행 도구를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생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그 단계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Q. 연구 생산성이 41분의 1로 떨어졌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1930년대와 동일한 수준의 기술 진보를 이루려면 지금은 당시보다 41배 많은 연구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아이디어를 캐내는 비용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단순히 연구 예산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디어 생산 방식 자체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어떤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자본 축적은 수확체감의 법칙에 갇히고, 노동 투입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TFP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진짜 아이디어만이 장기 성장을 만들어냅니다.

    제 경험상 도구가 좋아질수록 그 도구를 다루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병목이 된다는 건 이미 실무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자동화하는 지금,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자동화된 역량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새로운 가설을 세울 것인가. 채드 존스의 논문 2부에서 AI가 아이디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추가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dIlfI17-S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