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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들어 반도체 ETF에만 530억 달러가 유입됐는데, 주가는 오히려 크게 밀렸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숫자를 보고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금은 계속 들어오는데 주가가 역행하는 상황, 이게 AI 사이클이 끝난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 결국 데이터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금은 들어오는데 주가가 빠진 이유 — 레버리지 청산의 함정
일반적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 주가가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레버리지가 많이 쌓인 시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합니다. 이번 하락도 그랬습니다. 표면만 보면 납득이 안 되는 구간이었는데, 자금 흐름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하락의 트리거가 된 건 이른바 '레오폴드 사건'이었습니다. AI에 대규모로 베팅했던 헤지펀드가 경쟁사에 흡수된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헤지펀드가 숏 포지션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숏 포지션이란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먼저 팔았다가 나중에 싸게 사서 갚는 방식으로,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입니다. 프라임북 자료를 보면 실제로 이 시기 기술주에 대한 숏이 이례적으로 많이 쌓였다가, 사건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숏 커버링 — 즉, 숏 포지션을 청산하며 다시 매수하는 흐름 — 이 확인됩니다.
개인 투자자 매매 데이터를 보면 5~6월 주간 평균 10~20배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순매수가 반복되다가, 7월 30일 전후로 약 -20배 규모의 대규모 순매도가 터졌습니다. 시타델 데이터 기준으로 반도체 섹터 레버리지 ETF 운용 자산은 2026년 6월부터 급증한 뒤 1,540억 달러에서 약 25% 폭락했습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 지수의 두 배 또는 세 배로 수익과 손실이 증폭되는 상품으로, 시장이 흔들릴 때 일반 주식보다 훨씬 빠르게 청산 압력이 발생합니다. 한국 시장은 미국보다 타격이 더 컸고, 레버리지 포지션의 80% 이상이 이미 청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솔직히 이 대목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업 실적이나 AI 수요가 꺾인 게 아니라,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쌓였다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 주된 원인이었던 겁니다. 시타델 증권이 발표한 'After the Reset' 보고서에서도 이번 조정의 성격을 "포지셔닝 정상화"와 "글로벌 기술적 재조정 마무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출처: Citadel Securities). 실제로 제가 보유한 종목들의 분기 실적 발표 내용은 전혀 나쁘지 않았는데 주가만 크게 빠지는 것을 보면서, 이게 기업 문제가 아니라 수급 문제라는 판단을 굳히게 됐습니다.
- 레오폴드 헤지펀드 사건 → 다수 헤지펀드 숏 포지션 집중 → 하락 가속
- 반도체 레버리지 ETF 운용 자산 1,540억 달러에서 약 25% 폭락
- 한국 레버리지 포지션 80% 이상 청산 추정, 미국보다 타격 심화
- 숏 커버링 이후 헤지펀드 순매수 전환 확인 — 수급 정상화 진행 중
펀더멘탈과 AI 인프라 — 이제는 실적으로 오르는 장이 온다
레버리지 청산이 마무리되면 시장은 결국 펀더멘탈로 수렴한다는 게 제 경험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그리고 지금 기술주의 펀더멘탈 수치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S&P 500 기술주 선행 PER(주가를 향후 예상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주가가 기대 수익 대비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현재 약 20배 수준입니다. 최근 5년 평균 25배, 10년 평균 23배보다 낮고, 2022년 대하락장 수준과 비슷합니다.
팩트셋 자료 기준으로 2026년 기술주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은 1분기 27%, 2분기 45%로 유례없는 수준입니다. 클라우드 매출만 봐도 구글 클라우드 82%,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43%, AWS 36% 성장으로 AI 수요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고 있음이 확인됩니다(출처: FactSet Research). 모건 스탠리는 AI CAPEX(자본 지출, 즉 데이터센터·서버·인프라에 투입하는 설비 투자금액)를 2027년 기준 당초 1조 달러 예상에서 1.3조 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투자 방향에 대해서는 제가 한 가지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AI 모델이 최종 승자가 될지 맞히려는 것보다, 어떤 모델이 성공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편입니다. GPU·AI 칩, HBM(고대역폭 메모리, AI 연산 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기 위해 GPU 바로 옆에 쌓아올린 고성능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 용량이 바로 그 병목 자원들입니다. 특히 메모리는 2027년 상위 11개 기업 CAPEX의 7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HBM만 14만 달러, D램은 27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현재 PER이 3~5배 수준인 건, 과거처럼 적자로 전환되던 시절이 아니라 수백조 원씩 버는 지금 상황에 비춰보면 합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한 수치라고 봅니다.
광통신 섹터도 제가 올해 초부터 꾸준히 관심 갖고 있는 영역입니다. 루멘텀 홀딩스의 경우 EPS가 130% 상승하고 2027년 기준 선행 PER이 23~25배로, 성장성에 비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광통신 시장은 연평균 복리 80% 성장이 예상되는데, 저는 이미 반토막 난 이후 절반 이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섹터의 변동성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네오클라우드 쪽은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이 전환 중인 분야로, 성장성은 크지만 부채 리스크가 상당합니다. 코이브가 4분기 영업이익률 1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수익화가 실제로 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 AI 모델이 프론티어 모델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코덱스나 클로드 코드처럼 복잡한 추론을 요구하는 상위 1% 사용자층에게는 여전히 모델 간 차이가 크고 그 차이가 경제적 가치로 직결되는 만큼, 고성능 컴퓨팅 수요는 앞으로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도체 자금이 들어오는데 왜 주가는 떨어졌나요?
A. 일반적으로 자금 유입이 많으면 주가가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경우는 레버리지 ETF 청산 압력과 헤지펀드의 대규모 숏 포지션이 겹친 수급 이벤트였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ETF에는 530억 달러가 들어왔지만, 레버리지 운용 자산은 같은 시기에 25% 폭락했습니다. 기업 실적 문제가 아닌 포지션 정상화 과정이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 메모리 반도체 PER이 3~5배면 지금 사도 되나요?
A. PER(주가수익비율)만 놓고 보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은 맞습니다. 다만 과거 메모리 사이클에서는 업황이 꺾이면 적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낮은 PER이 자동으로 저평가를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AI 수요로 수익 구조가 달라졌다는 의견이 많지만, 2028년 이후 성장 둔화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계속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네오클라우드 투자,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A. 성장성은 분명히 있지만 부채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코이브처럼 4분기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하는 곳도 있지만, 수익화가 실제로 숫자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 가능성과 재무 안정성을 동시에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Q. AI 인프라 투자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나요?
A. 특정 AI 모델 승자를 예측하기보다, 어떤 모델이 성공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병목 자원에 집중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HBM을 포함한 메모리, 광통신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가 그 핵심입니다. 다만 AI 산업 전체가 성장한다고 해서 관련 종목이 모두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EPS와 CAPEX의 수익 전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결론
이번 반도체 급락을 겪으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건, 주가가 빠질 때 기업에 문제가 생긴 건지 수급이 무너진 건지를 구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레버리지 청산과 헤지펀드 숏이 겹친 구간에서 펀더멘탈만 믿고 버티는 건 쉽지 않지만, 결국 그 시기를 데이터로 버텨낸 게 더 나은 결정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AI니까 산다'는 논리보다, 실제로 AI CAPEX가 매출과 EPS 성장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분기마다 확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AI 인프라 사이클은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깝고, 그 과정에서 과열과 급락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구간이 진짜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을 구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