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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ETF는 솔직히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나 엔비디아처럼 잘 아는 기업을 직접 사면 되는데 굳이 여러 종목을 섞어놓은 상품을 살 이유가 있나 싶었습니다. 수익률도 개별주보다 답답할 것 같았고요. 그런데 투자를 오래 할수록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좋은 종목을 한두 번 고르는 것과 그걸 10년 동안 반복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워런 버핏이 왜 자신의 유산 대부분을 저비용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했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됩니다.
워런 버핏이 왜 하필 S&P500을 골랐을까
워런 버핏의 투자 이야기를 보다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평생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해서 엄청난 부를 만든 사람인데,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버핏은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에서 자신이 사망한 뒤 아내를 위해 남겨진 자금의 10%는 단기 미국 국채에, 나머지 90%는 매우 저비용의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계속해서 좋은 기업을 찾아 시장을 이기는 것보다 미국의 대표 기업 전체를 낮은 비용으로 보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투자 공부를 많이 하면 당연히 S&P500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을 지나보니 문제는 한 해 수익률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시장을 이겼다고 내년에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한 종목에서 큰 수익을 내더라도 다른 종목에서 그 수익을 다시 반납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결국 어려운 건 한 번 크게 버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시장에서 살아남으면서 복리를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S&P500 ETF가 재미없어 보이면서도 강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TF의 진짜 장점은 수익률보다 '내가 틀려도 버틸 수 있다'는 것
ETF(Exchange Traded Fund)는 쉽게 말하면 여러 자산을 하나의 꾸러미로 만들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상품입니다. S&P500 ETF를 하나 사면 미국 대표 기업 수백 곳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ETF의 장점을 제대로 느낀 건 개별 종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를 몇 번 경험한 뒤였습니다. 기업을 아무리 열심히 분석해도 실적 쇼크, 규제, 유상증자, 경영진 문제처럼 투자자가 미리 알기 어려운 일이 갑자기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유상증자는 처음 투자할 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주가는 매일 보면서 정작 주식 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잘 안 봤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새로운 주식을 대규모로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반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장기 투자 난이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반면 넓게 분산된 ETF에서는 특정 기업 하나가 문제가 생겨도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지수 구성 기준에서 밀려난 기업이 빠지고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는 구조도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꽤 큰 장점입니다.
다만 여기서 저도 한 번 착각했던 게 있습니다. ETF라고 전부 안전한 건 아닙니다. S&P500처럼 넓게 분산된 ETF와 반도체·로봇·바이오처럼 특정 산업에 집중된 ETF는 위험도가 완전히 다르고, 2배·3배 레버리지 ETF는 더더욱 다른 상품으로 봐야 합니다.
- 대표지수 ETF: 여러 기업에 넓게 분산
- 섹터 ETF: 종목 위험은 줄지만 특정 산업 위험은 그대로 존재
- 액티브 ETF: 운용사의 판단에 따라 지수와 다른 종목·비중을 가져갈 수 있음
- 레버리지 ETF: 일일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해 장기 성과가 지수의 단순 배수와 크게 달라질 수 있음
ETF보다 먼저 봐야 했던 것, 어떤 계좌에서 살 것인가
ETF를 공부하면서 의외로 중요하다고 느낀 게 세금이었습니다. 똑같이 S&P500에 투자하더라도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는 것과 국내에 상장된 해외지수 ETF를 사는 것은 세금 구조가 다릅니다.
특히 장기 투자라면 연금저축, IRP, ISA 같은 절세 계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제 손에 남는 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익률 1~2% 차이에만 신경 썼는데, 투자 기간이 10년, 20년으로 길어지면 세금을 지금 내느냐 나중에 내느냐도 복리에 영향을 줍니다.
과세이연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과세이연은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바로 세금을 내지 않고 일정 시점까지 미뤄두는 구조입니다. 당장 세금으로 빠져나갈 돈까지 다시 투자할 수 있으니 장기간에는 복리 효과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연금저축과 IRP는 단순히 세금을 아끼는 통장이 아닙니다. 중도 인출이나 연금 수령 조건을 함께 봐야 하고, IRP에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있습니다. 반대로 ISA는 연금계좌보다 자금 활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ETF 이름부터 고르는 것보다 '이 돈을 언제 쓸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편입니다. 노후까지 가져갈 돈인지, 몇 년 뒤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돈인지에 따라 적합한 계좌부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ETF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이렇게 나눠볼 것 같습니다
영상에서 소개된 방법 중 흥미로웠던 것이 이른바 '442 전략'이었습니다. 자산의 40%는 대표지수 ETF, 20%는 월배당·커버드콜 계열, 나머지 40%는 자신이 성장성을 높게 보는 섹터 ETF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4:2:4라는 숫자 자체보다 자산의 역할을 구분한다는 점이 괜찮다고 봤습니다. 모든 돈으로 가장 많이 오를 것 같은 상품을 찾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안에서 각 자산이 해야 할 일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중심에는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대표지수를 두고, 그다음 내가 정말 잘 알고 장기적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반도체나 AI 같은 산업을 추가하는 식입니다. 현금흐름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일부를 인컴형 자산으로 가져가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다만 커버드콜 ETF는 '배당을 많이 주는 ETF'라고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커버드콜은 보유 자산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얻는 대신 시장이 강하게 상승할 때 상승분 일부를 포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분배율만 보고 일반 지수 ETF와 비교하면 상품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442라는 숫자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 투자 기간과 현금흐름, 감당 가능한 변동성에 맞춰 비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하락할 때 더 사는 전략, 생각보다 위험한 이유
개인적으로 이번 내용에서 가장 조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은 하락장에서의 추가매수 전략이었습니다. 대표지수가 일정 수준 떨어질 때마다 추가 매수하고, 낙폭이 커질수록 투자금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저도 하락장에서 추가매수를 많이 해봤는데, 이론과 실제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20%에서는 싸다고 생각해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20%, 또 -20%가 나오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현금이 필요합니다. 특히 투자금액을 계속 두 배로 늘리는 방식은 어느 순간 자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저는 하락장 추가매수 자체는 괜찮지만, 처음부터 사용할 현금을 여러 구간으로 나눠놓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맞히는 게 아니라 더 떨어져도 계속 매수할 수 있도록 자금을 남겨두는 겁니다.
여기에 VIX를 참고할 수도 있습니다. VIX는 S&P500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단기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공포지수'라고 부릅니다. 시장 충격이 발생하면 VIX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 심리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VIX가 30을 넘었다고 그날이 바닥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공포가 상당히 커졌다는 신호이지, 공포가 더 커지지 않는다는 신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VIX를 '지금부터 무조건 풀매수' 신호보다는 분할매수를 검토하기 시작하는 보조지표 정도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식 초보라면 개별주보다 ETF부터 시작하는 게 좋나요?
A. 저는 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면 대표지수 ETF부터 시장을 경험해보는 방법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기업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 기업 고유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ETF도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레버리지나 특정 테마에 집중된 ETF를 선택하면 분산투자의 장점이 크게 줄어듭니다.
Q. S&P500과 나스닥100 중 하나만 고른다면 어떤 게 낫나요?
A.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S&P500은 미국 대형주 전반에 상대적으로 넓게 분산되고, 나스닥100은 기술·성장주 비중이 높아 상승장에서 더 강할 수 있는 대신 변동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저는 기대수익률만큼이나 큰 하락이 왔을 때 끝까지 들고 갈 수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VIX가 30을 넘으면 ETF를 사면 되나요?
A. VIX 30 이상은 시장 불안이 상당히 커졌다는 의미로 참고할 수 있지만 정확한 바닥 신호는 아닙니다. 금융위기나 코로나19처럼 충격이 큰 시기에는 높은 VIX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여러 번 나누어 접근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장이 크게 떨어졌을 때 SOXL 같은 3배 레버리지 ETF를 사는 건 어떤가요?
A. 수익 가능성이 큰 만큼 위험도 완전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레버리지 ETF는 장기간 지수 수익률의 정확한 3배를 제공하는 상품이 아니라 일일 수익률의 배수를 목표로 합니다.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손실과 회복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일반 지수 ETF의 분할매수 전략을 3배 레버리지 ETF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론
투자를 처음 할 때는 어떤 종목이 가장 많이 오를지만 찾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이 방법을 10년 동안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ETF의 장점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의 최고 종목을 맞히지 않아도 시장 전체의 성장에 참여할 수 있고, 특정 기업 하나를 잘못 골랐다고 포트폴리오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금저축이나 ISA 같은 계좌를 활용하고, 하락장에서 사용할 현금까지 미리 나눠놓으면 투자 과정에서 해야 할 판단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ETF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고 S&P500이 앞으로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ETF니까 산다'보다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지,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비용은 얼마인지, 그리고 내가 큰 하락에서도 계속 보유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홈런 하나를 맞히는 것보다 시장에서 퇴장하지 않고 오래 복리를 쌓는 것. 워런 버핏이 가족에게 남긴 투자 지침도 결국 그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참고: Berkshire Hathaway 2013 Annual Letter / SEC Investor.gov ETF Investor Bulle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