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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레버리지 상품을 처음 시작했을 때 "2배면 수익도 2배"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10년 넘게 주식을 하면서 레버리지에 꽤 여러 번 발을 담가봤는데, 그제야 이게 단순히 수익률을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2024년 7월, 루시드 2배 롱 ETF인 LCDL이 단 하루 만에 강제 청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회사는 살아남았는데 레버리지 상품은 영구히 사라진 이 사건, 어떻게 봐야 할지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루시드와 LCDL,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7월 14일, 전기차 전문 매체에서 루시드가 챕터 11 파산 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익명의 두 소식통이 출처였고, 알릭스파트너스라는 구조조정 컨설팅 업체가 이사회에 파산 또는 비상장 전환을 조언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으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던 루시드였기에 충격은 컸고, 주가는 한 시간 만에 56% 가까이 빠지며 2.46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거래는 두 번이나 중단됐습니다.
루시드 측은 즉각 "완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습니다. 1분기 말 기준 약 32억 달러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 말까지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오후 들어 주가는 대부분의 낙폭을 회복했고, 종가는 4.64달러, 전일 대비 16.15%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루시드 주식을 직접 들고 있던 투자자라면 16% 손실로 그날을 마감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시드 2배 롱 ETF인 LCDL은 그 반등을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닛셰어스(GraniteShares)가 운용하는 이 상품은 루시드 주가 일일 등락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였습니다. 여기서 레버리지 ETF란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증폭시켜 추적하는 상품으로, 기초자산이 절반 이상 빠지면 자기 자본을 전부 소진하는 구조입니다. 루시드가 장중 56%까지 급락했을 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적으로 112% 손실, 즉 순자산가치(NAV)가 마이너스 상태에 빠졌고, 운용사는 보유 물량을 전부 손실로 처분했습니다. 나스닥 상장폐지 절차가 개시된 것은 그 직후였습니다. 1년 조금 넘게 존재했던 상품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겁니다.
- 루시드 주가 장중 최대 56% 급락 → LCDL 순자산가치(NAV) 마이너스 전환
- 운용사 그래닛셰어스, 루시드 보유 물량 전부 손실 처분 후 상장폐지 개시
- 루시드 본주는 당일 종가 기준 16.15% 하락으로 마감, 회복 기회 남아있었음
- LCDL 52주 최고가 41.67달러, 1년 총수익률 -98.67%로 사실상 전액 손실
청산된 상품을 29센트에 산다는 것의 의미
제가 가장 안타깝게 본 부분이 여기입니다. 상장폐지 공지와 NAV 마이너스가 공식화된 이후에도 LCDL은 그날 29센트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저가는 4.35센트, 고가는 62센트였습니다. 가치가 0인 껍데기 안에서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샀다는 뜻입니다.
29센트에 산 사람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이미 바닥이니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루시드가 반등하면 2배로 먹는다", "41달러짜리가 29센트니 대박 기회"라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이런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전부 틀렸습니다. 29센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상품이 보유했던 루시드 포지션은 이미 손실로 청산돼 사라졌고, 그 29센트는 루시드 주가와 아무 관계없이 그냥 자산이 마이너스인 법적 껍데기에 붙은 호가일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순자산가치(NAV)입니다. NAV란 ETF가 실제로 보유한 자산의 총가치를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ETF의 '진짜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NAV가 마이너스라는 말은 상품이 보유한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다는 뜻입니다. 투자자가 추가 손실을 청구당하지는 않습니다. 손실은 원금에서 멈춥니다. 이를 유한책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분의 정당한 가치가 0 이하라는 뜻이지, 반등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가 코로나 시기 원유 관련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할 때 비슷한 상황을 직접 겪었습니다. LP(유동성 공급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호가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채 멋대로 튑니다. 2020년 4월 20일 WTI 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37달러를 찍었을 때(출처: CME Group), 원유 3배 레버리지 ETF들이 청산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넘어 은행에 추가 빚까지 갚아야 했습니다. 이번 LCDL도 청산 이후에도 거래가 이어진 점은 그때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청산 이후 시점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공포에 사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격언은 살아있는 회사, 살아있는 자산을 대상으로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내용물이 사라진 껍데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수 레버리지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상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튼튼한 회사의 레버리지 상품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이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고 봅니다. 회사가 안 망한다는 것과 레버리지 상품이 안 죽는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IBM은 2분기 실적 기대 미달 예고 하나에 하루 만에 25% 폭락하며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IBM 2배 레버리지 상품(IBX)은 그날 대략 반토막이 났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 기술주조차 실적 경고 한 줄에 레버리지가 절반을 잃었습니다. 2025년 1월,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양자컴퓨터 관련 발언으로 아이온큐 주가가 21.76% 급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온큐 3배 롱 레버리지 상품에는 강제 리밸런싱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었습니다. 강제 리밸런싱이란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포지션을 자동으로 축소해 손실을 제한하는 기능입니다. 그러나 낙폭 속도가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품은 그냥 강제 상환됐고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봤습니다. 두 달 뒤 젠슨 황이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었을 때, 아이온큐 주가는 회복됐지만 레버리지에 들어간 돈은 0에서 멈춰있었습니다.
그렇다면 TQQQ 같은 지수 레버리지는 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는 걸까요. 제가 실제로 비교해보며 느낀 차이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분산입니다. 나스닥 100은 100개 기업으로 이뤄져 있어 블로그 기사 한 줄이 지수 전체를 56% 흔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둘째는 하락 속도입니다. 지수가 하루에 30% 이상 빠지려면 국가적 재난 수준의 사태가 필요하고, 서킷브레이커가 개입합니다. 단일 종목은 소문 하나로 절반이 빠집니다. 셋째는 공격 가능성입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포지션이 크게 쌓여있으면 사냥 대상이 됩니다. 공매도 세력이 유동성이 얇은 시간대를 노려 강제 청산 물량을 연쇄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나스닥 100 전체를 그런 식으로 흔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출처: 미국 SEC 투자자 경보).
운용사들은 뜨거운 종목에 레버리지 상품을 얹어 출시하고, 잘되면 수수료를 걷고, 안 되면 조용히 청산합니다. LCDL의 연간 운용보수는 1.15%, 굴리던 돈은 464만 달러였습니다. 운용사 입장에선 사업의 일부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전부였습니다. 2024년 6월 테마스 ETF 트러스트는 테슬라, 팔란티어, 엔비디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코인베이스 레버리지 상품 5개를 한꺼번에 조용히 청산했습니다. 같은 해 3월 디렉시온도 10개를 접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시장에서는 계속 새 상품이 나옵니다. 그 상품이 무엇 위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게 지금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CDL이 청산됐는데도 당일 거래가 됐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사실입니다. 상장폐지 공지와 NAV 마이너스가 공식 발표된 이후에도 LCDL은 4.35센트에서 62센트 사이에서 거래됐고 종가는 29센트였습니다. 이미 루시드 포지션이 청산돼 내용물이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때 매수한 투자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법적 껍데기를 산 것과 같습니다. 청산 시점을 명확히 공시하지 않은 운용사의 책임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레버리지 ETF에서 순자산가치(NAV)가 마이너스가 되면 투자자가 빚을 져야 하나요?
A. 일반적인 레버리지 ETF는 유한책임 구조라 NAV가 마이너스가 돼도 투자자에게 추가 손실이 청구되지 않습니다. 손실은 원금에서 멈춥니다. 다만 원유 선물처럼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은 다를 수 있고, 2020년 원유 사태 당시 일부 투자자들은 증거금 부족으로 추가 납부 의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상품 구조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TQQQ 같은 지수 레버리지도 하루아침에 청산될 수 있나요?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가능성이 단일 종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습니다. 나스닥 100 지수가 하루에 50% 이상 빠지려면 사실상 금융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는 수준의 사태가 필요하고, 그 전에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합니다. 반면 단일 종목은 소문 하나로 그날 50% 넘게 빠질 수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이 실물로 보여준 차이입니다. 레버리지 자체보다 무엇 위에 얹혀 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Q. 루시드(LCID)는 지금 투자할 만한 종목인가요?
A. 저는 루시드 본주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쪽입니다.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약 17만 달러(한화 약 2억 5천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이고, 사우디 국부펀드가 8년간 14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음에도 시가총액은 그 4분의 1 수준입니다. 2025년 8월 1대 10 역분할을 실시했고, 역분할 후 1년도 안 돼 주가는 4달러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피스커, 니콜라, 로드스타운 같은 전기차 신생업체들의 결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론
10년 넘게 주식을 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주식투자는 순간이 아닌 지속입니다. 내일의 수익보다 10년 뒤에도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합니다. 레버리지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 위에 얹혀 있느냐가 전부를 가릅니다. 100개 기업 위의 레버리지와 소문 하나에 흔들리는 단일 종목 위의 레버리지는 이름만 같고 본질은 전혀 다른 상품입니다.
이번 LCDL 사태에서 제가 특히 짚고 싶은 것은 운용사의 공시 책임입니다. 청산이 확정된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하도록 방치된 상황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위험 자산을 걸러내는 것이 개인 투자자의 몫이라는 말도 맞지만, 청산 시점을 명확히 고지하는 것은 운용사의 기본 책임이어야 합니다.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저가 매수에 뛰어들기 전에, 지금 사려는 상품의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시장에서 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